트윗 박제용.

 

(한국 기준으로) 전근대사와 현재가 비교대상으로만 의미있을 뿐 '인과관계상 무관'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해버리면, 실질적으로 역사학은 그 장르적 정당성의 상당수를 문학연구에게 내어주게 될 것이라고(동시에 현재 진행형이라고), 내심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좀 편한 자리에서 "고려/조선시대는 현재적 관점으로 보면 안 되고, 그 시대 나름의 논리를 이해해야 한다"는 말을 맞닥뜨리면, 그 때마다"그런 식이면 한국에서 연구지원금을 고려시대 말고, 그냥 셰익스피어 연구에다 좀 더 투자하는 건 어떨까요?" 라고 (우스개를 섞어) 이죽거리곤 한다.

 

본질적으로, 장기적으로 연속되는 '일관적 인과관계'같은 것은 허구의 산물일지도 모른다. 동시에 전근대사의 국면들과 현재 한국의 연관성은 '직관적으로 설득력이 좀 떨어지는 허구'에 속할지도 모른다.(더 보수적으로 말하면, '설득력있는 언어가 덜 개발된 허구'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실질적으로 지금과는 별 상관이 없다'는 말이, 강력한 설득력을 가져 가는 지금의 상황에서, '비교' 이외의 접근법으로, 한국-전근대(특히 사상/문화)사 연구의 존재의의를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하게 된다. ('미래적 대안'으로서 선비정신 운운하는 경우는 아예 논외로 하고)

 

결국 어쩌면

1 ('비교'의 방법론을 유지한다는 전제로) 종래의 '한국사학'의 분과장르적 정체성-즉 문학연구와의 차이점을 설명할 수 있다는 기대를 포기하거나.

2 '거대한 구조'와는 무관함을 인정하면서, 정말 실낱같은 연속성이라도 복원하거나. 둘 중 하나로 귀결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혹시 그게 아니면)

3 지정학적 접근법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부활하거나.

4 (수치 데이터 없는거 다 알지만. 그래도) 수량경제사에 마지막 신앙심을 불태울수도 있겠지만.. 일단 이 부분은 (상술한 것 이상으로) 상상의 영역으로 두자.

 

생각의 얼개는 대강 이와 같지만, 이 중 3, 4에 대해서만 약간 부연하자면, 어쩌면 근래 학계 일각에서 (서로 무관한 맥락에서) '역사지리' 연구와 '재정사'연구가 (좀 의외일만큼) 각광받고 있는 것 또한, 어쩌면 그 '과거와의 연관성'을 어떻게든 찾으려는, 3,4번의 욕망이 투영된 것은 아닐까... 상상해 보게 된다. (어디까지나 상상.)

 

2019. 7. 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