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는 본디부터 유술(儒術)을 존중하여, 비록 군중(軍中)에 있더라도 매양 창[戈]을 던지고 휴식할 동안에는 유사(儒士) 유경(劉敬) 등을 인접(引接)하여 경사(經史)를 토론(討論)하였다.
더욱이 진덕수(眞德秀) 의 《대학연의(大學衍義)》 보기를 좋아하여 혹은 밤중에 이르도록 자지 않았으며, 개연(慨然)히 세상의 도의(道義)를 만회(挽回)할 뜻을 가졌었다.

"태조실록" 1권 총서 중. (귀찮아서 원문대조 및 번역은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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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요새 정도전 방영분에서 대학연의 관련 운운이 나오는 건 이 기사 때문이다. (고려사에서는 이성계와 대학연의와의 관계가 언급되지 않는다.) 

명색이 왕조실록 총서에서 나온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가 의심스럽긴 하지만, 적어도 태조 이성계의 이후 행적이나, 실제 경연에서 대학연의를 진강시킨 여러 사례들을 미루어 볼 때 그 본인이 대학연의에 대한 흥미를 유지하고 있던 것임을 알 수 있다..

다만 여전히 알쏭달쏭한 것은 "개연(慨然)히 세상의 도의(道義)를 만회(挽回)할 뜻을 가졌었다."는 대목인데, 이 부분이 건국을 성취한 뒤에 편하게 재생산한 내용(즉 '우리 태조는 처음부터 남달랐다능!!'을 표현하기 위해 지어낸 말)인건지, 아니면 실제로 대학연의 읽으면서 딴 생각을 먹었다는 말인지가 혼란이라는 것이다.

물론 후자에 따른다고 해도 드라마식대로 '범인이 읽어선 안 될 제왕학의 교과서'인양 그것을 읽었다는 이유로 조정의 일약 스캔들이 벌어지고 어쩌고 하는 건 약간 무리수나 오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그럼에도 '사실 그 자체'로는 아주 없는 말 만든 것은 아니다. 

여하간 정도전 드라마가 이럭저럭 좀 무리수를 두면서도 꽤 참신하게 뭘 짜내고 있다는 방증은 되는 듯.



2014.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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