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책장을 보다가 학부때 읽었던 책을 무의식적으로 펼쳤는데, 요새 한창 생각하고 있는 주제와 비슷한 문장이 딱 나왔다. 암요, 월선생님(?) 말씀이 지당하십니다요 엉엉 ㅠㅠ

최근들어 '국가or국왕'의 권위와 지배력 등을 강조하는 방식의 연구들이 주변에 많이 늘었는데(각 연구들에서는 흐릿하게 처리되어 있지만), 어떤 방식이든 간에, 그 가치판단을 위한 비교군 설정을 신중히 해야한다는 생각.. 더 솔직히 말하자면 '전대와 비교해 강해졌다'는 한정적인 단서 하에서 의미를 부여하는건 몰라도, 그 이상의 결론으로 앞질러가는 것은 (생각보다 꽤 관행화된 것에 비해) 동의하기 힘든 시각이라고 생각해왔다.
(최소한 권력의 '종류'를 세분화하기 전까지는 특히나 그렇다)

 

근데 나름 학부때는(아마도 2010년?) 열심히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구절이 있는지는 아예 모르고 있었음. 심지어 밑줄까지 쳐 져 있었는데.. 새삼스러운 '과거의 낯설음'에 대한 체감을..(근데 어쨌거나, 아래 구절이 이 책의 핵심 주제는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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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에 이 새로운 군주제의 통치자들은 스스로 ‘절대'군주라고 선포하였다. 이는 마치 그들이 무한한 힘을 지녔음을 선포하는 것처럼 여겨졌으나, 실상 이들에게는 그와 같은 무한한 힘은 물론이고 그 힘 자체가 결여되어 있었다. 절대군주는 단지 무한한 권력을 가질 권리만 요구했을 뿐이다. ‘절대적 ’(absolute) 이라는 용어는 라틴어 absolutus 에서 기원하였는데, 이 용어는 군주가 무한한 권력을 가졌다는 뜻이 아니라 군주가 법에 종속되어 있지 않다는 것(곧 법 앞에서는 언제나 무죄 absolved from the laws라는 것), 따라서 통치자가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바를 실행하는것은 법적으로 그 어떤 인간에 의해 제한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권력에 임의성을 부여하였지만, 그렇다고 군주가 실제적인 권력을 지녔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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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더러 우리가 생각하는 실제적인 권력도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물론 국가들은 수세기에 걸쳐 이러한 실질적 권력의 결여를 극복하고자 하였고, 이를 달성하는 데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이 결과, 근대 세계체제의 초기부터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적어도 1970년대까지) 존재해 왔던 장기적 추세 가운데 하나인 실질적인 국가권력의 느리고 완만한 성장이 나타나게 된다. 일반적으로 절대권력의 상징으로 간주되는 (1661-1715년에 재위한) 프랑스 루이 14세의 실질적인 권력을, 예컨대 2000년의 스웨덴 수상의 권력과 비교해 본다면, 실질적 권력의 측면에서는 2000년의 스웨덴 수상이 1715년 프랑스의 루이 14세보다 훨씬 더 많은 권력을 지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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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러스틴의 세계체제 분석(이매뉴얼 월러스틴 이광근 역, 2005, 당대), 104~1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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