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여말선초 사대부 에피 한 줌.

1) 이색이 정도전에게 보내는 친밀감어린 편짓글은 몇 편이나 남아 있지만, 정작 이색에게 직접 보내는 정도전의 글은 한 편도 남아있지 않다.
(편집상의 삭제인가 내리사랑인가.)

2) '척불론자'의 대표인양 나타나있는 정도전이지만, 막상 '양적으로' 불교비판과 관련된 저술을 남긴 건 불씨잡변 포함 불과 5편 남짓에 그친다. 
생각하기 나름이긴 한데, 불교옹호:불교비판의 '양적 비교'만 치면 불교 옹호의 아이콘이었던 이색보다 오히려 정도전이 그 비율상으로도, 비판저술의 숫자 상으로도 훨씬 더 사정이 나쁘다... (대신 목은집에는 불교교유 저술쪽의 양적 우세가 압도적.) 여러 의미에서 공양왕대 척불운동과 건국이후 쓰여진 '척불 2연작'(심기리편/불씨잡변)의 임팩트가 확실히 강했던 것..

3) 정도전은 보기보다(어쩌면 보이는 만큼) 배배 꼬인 성격의 소유자..

(드라마와는 달리) 유배 시절은 꽤나 환영받는 삶이었는데, 마을 주민들의 환대에 '이 사람들은 내가 불쌍해서 저러는가, 아니면 산간벽지에서 내가 죄인인 줄 몰라서 다들 저러는가' 하는 심산을 일기에 남기기도 하였다.


2014.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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