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메모
장지연, 2023, "한문이 말하지 못한 한국사" 푸른역사
평시(lazyreader)
2023. 11. 15. 23:32
- 지난달에 다른 곳에 써 뒀던 것을 옮겨옴.
- 이 책에 대한 서평을 학회 웹진에서 1월 초 기한으로 요청받았고, (코멘트 일부를 살릴 순 있어도) 일단은 좀 더 진지한 형태로 써 볼 계획이다.(평가의 방향을 수정한다는 뜻은 아니고, 생각할만한 주제를 더 짚어본다는 뜻)
- 블로그를 잘 보고 있노라는 코멘트를 서평의 저자이신 모 선생님께 들었는데, 무척 민망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진지하게, 어떤 이유에서든 재미있게 본 책만을 서평의 대상으로 삼고 있으므로.. 아주 부끄럽지는 않았다고 한다;; (진짜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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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발간 직후에 곧장 사서 읽은 책이라, 뭐라도 메모를 남겨야지. 하던 결심은 한참 전부터 했었는데(여러번 밝힐테지만,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코멘트를 달기가 참 쉽지가 않았다. 개인적으로도 관심이 많았던 주제라서, 오히려 생각이 너무 많아지는 통에 무슨 말부터 시작해야할지 참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도 담백하게 쓰긴 써야지 싶은 마음으로 감상평.. 이라기보다는 중언부언이나마 '추천의 변'을 써 본다.
무언가를 주장하고, 설득하는 것보다, 독자로 하여금 '질문'을 떠오르게 만드는 글이 좋은 글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데, 개인적으로는 별로 크게 체감한 적이 없는 감정이다(그만큼 종래의 책이 안 훌륭하다는 뜻은 아니고, 개인적으로는 '반대가능한 주장'을 더 높이 사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에서만큼은 예외다. 읽는 동안 여러 방면의 '질문'을 생각해보게 된다.
제목의 절묘함이 아주 발군인데, '한문이 말하지 못한 한국사'라는 제목을 책을 읽는 내내 정말 여러번 곱씹어보았다. '한국어로 본 한국사'도 아니고, '한글의 한국사'는 더더욱 아니고, '한문이 말하지 못한 한국사'라는 제목은 책을 한번 다시 읽고 다시 보면 더 우러나는 측면이 크다.
내가 읽기에, '한문'으로는 한국사(-한국사의 범주에 포함되는 이들의 모든 생각/감정들의 양상)을 다 담아내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주장이라고 보이기 때문에 그렇다.
혼자 생각해보면, 이렇게도 생각이 퍼져나간다. 과연 '한문'은 '한족 왕조의 역사'나마 제대로 말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좀 엄격하게 말해 '문자'는 '역사'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언어로 따져봐도 '문어'는 누군가의 '뜻'을 온전히 반영하는 것일까. 온전한 답을 찾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 '제대로된/온전성'을 조금이라도 더 보여주기 위해 '뭐라도 하려고 했던' 과거인들의 행적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일들이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을 해 봤다.
분명히 두껍지 않은 교양서인데, 생각하고 읽을 수록 만만치 않은 책. 개인적으로는 '학술적 교양서'의 좋은 전범 중 하나라고 느끼고 있다. 일독을 권해 본다.
2023. 1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