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메모

"조선후기농학사연구"(김용섭)의 농사직설론

평시(lazyreader) 2023. 2. 6. 17:04

작업하면서 김용섭 선생의 논문을 좀 살펴보다, 갑자기 '필'이 받아서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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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직설』이 농민 전체를 위한 것이면서도, 그 중 대지주 중심으로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이기도 하다..라는 15세기에 대한 일견 오락가락한 설명이,  어쩌면 15세기 초를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  내지는 앞으로 제대로 더 설명해야 하는 핵심 과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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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그 '이중성'을 '이중적-다원적-복합적이다'라고 말하고 '때우지' 않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를 (시기를 한정하더라도) 일관되게 설명할 논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게 또 내 오래된 생각이기도 하다. (물론 이걸 일관적으로 제시하게 되면, 시대의 복합성을 단순화했다든가/단선화시켰다는 비판이 반사적으로 등장하게 되겠지만, 최소한 '복합적이다'하고 말아버리는 상황보단 그게 낫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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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간 암튼 요새 한창 생각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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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직설』의 농서로서의 성격은 그것이 어떠한 농민층을 생산의 주체 또는 ‘표준농민’으로 삼고 있었는가 하는 문제와도 연관된다. 이러한 문제와 관련하여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은. 『농사직설』은 국가의 권농정책, 국왕의 지시에 따라 편찬되었으며. 따라서 이는 건국 초기의 국가기반 확립. 세원 확대를 위한 농업생산의 증진을 위하여 편찬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농사직설』이 농업생산을 담당하는 전 농민층에게 그 지침서로서 이용되기를 바라는 것이며 , 따라서 『농사직설』 에서의 생산의 주체는 국가재정을 위하여 농업생산에 종사하는 전 농업생산자가 아닐 수 없었다
....조선왕조는 봉건적인 지주경영과 자경하는 대농경영 소농경영을 함께 그 경제기반으로 삼고 있었다. 그러므로 국가의 권농정책으로서 편찬되는 『농사직설』이 어떤 특정 계층만을 위주로 하여 편찬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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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농사직설』의 농업생산의 주체나 표준농민에 대한 관심은 특정 계층 에 치우쳐 있다는 인상을 지울수가 없다....물론 『농사직설』이 그 기술 내용으로 보아 집약적인 소규모 경영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 이는 농업생산자에게 경영확대의 길을 열어 주고, 그들을 중심으로 전 농업생산을 운영해 나가려는 것임을 뜻하는 것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한 생산자는 병작하는 양반지주. 농장경영자, 가작·자작으로 대농경영을 하는 자, 소농 상층의 부유한 대농층이 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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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서 우리는 『농사직설』이 여러 대목에서 황무지 개간을 장려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주목하게 된다. 신전 개발은 이 시기 권농정책에서의 중요한 국면이었으며, 이 사업을 통한 농지 확대는 누구에게나 장려되었다. 정부에서는 이 사업을 지원하고, 강제하고 상을 내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사업은 이미 부유한 양반 지배층(대·중·소지주)이거나 최소한 소농 상층의 경제적 능력이 있는, 대농층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개간을 통해서 농지를 확대하고 대토지 소유자가 되기도 하였다. 정부의 농지개발 정책은 주로 이들에게 의존했다. 농업정책의 기본이 그러하였으므로 『농사직설』은 그들의 경영규모를 제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기술적 재정적 측면에서 그들을 지원하지 않으면 아니 되었을 터이다
...국가가 농업생산의 표본을 그들에게서 발견하고 그들을 중심으로 농업생산을 발전시켜 나가려 하는 것은 당시 시점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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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농학사연구"(김용섭, 2009, 지식산업사, 100~101쪽)

 

2023. 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