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관련 잡담

주희의 저돌성

평시(lazyreader) 2019. 1. 22. 12:10

사람됨은 사람됨이고, 책 읽기는 책 읽기이다. 무릇 만약 사람이 열번 읽어서 깨치지를 못한다면 20번을 읽고, 또 깨치지 못한다면 30번에서 50번까지 읽는다면 반드시 깨달음에 이르는 데가 있을 것이다. 50번을 읽어도 어두워서 깨닫지가 못해야 기질이 좋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사람들은 열번도 읽지도 않으면서 도를 깨우칠 수 없다고 말한다.

"주자어류" 학4 '독서법'上 57조목 중.

爲人自是爲人, 讀書自是讀書. 凡人若讀十遍不會, 則讀二十遍; 又不會, 則讀三十遍至五十遍, 必有見到處. 五十遍暝然不曉, 便是氣質不好. 今人未嘗讀得十遍, 便道不可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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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 겸해서 예전에 살펴본 주자어류 중..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전습록의 왕수인은 상당히 파격적이면서도 독실한, 일견 종교 지도자 쯤에 가까운 사람이라 놀랍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딱딱하고 면도날 하나 안 들어갈 수도승 같은 이미지로 생각한 주희가 생각보다 꽤 저돌적이고 열정적인 사람이라는데에는 꽤 놀랐다. 

오히려 과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선생님 내지 학자분들이라면, 그 꽤나 엄격한 듯 하면서도 그 만큼 공부에 골몰하는 그 점이 당연할만큼 오히려 주희 스타일이라는 느낌..


2013.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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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시점으로부터도 더 예전인 학부 시절의 명청사 수업에서 레퍼런스가 포함된 "사상가들의 대화록"을 만들어 오랬던가? 하는 과제가 나온 적이 있었다. 양명학에 사로잡힌 당시의 나는 당연히 주희-육구연의 대화 속에 왕수인이 끼어드는 포맷?을 골랐었던 기억.

어제 완독한 '크리에이션'을 읽으면서, 그 시절 과제가 생각이 났다. 


2019. 1. 22